점순이의 이상한 감정표현
장하성
재밌었다. 끝이 좀 허무하기는 했지만 내용이 좋았다. 내용은 요약해서, 점순이는 나의 가족의 마름의 딸이다. (나는 소작인이다) 어느 날, 나는 나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점순이가 너희 집엔 이런 거 없지? 라며 나를 무척이나 깔보는 말투로 감자를 줬다. 그러나 나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해서 감자를 받지 않고 그냥 갔다. 그러나 며칠 후, 나무를 하고 내려오는데, 아래에서 닭 비명소리가 들렸다. 허둥지둥 달려가보니 점순이가 나의 닭을 괴롭히고 있었다. 자신의 크고 힘이 센 수탉과 싸움을 붙여서 나의 닭을 다치게 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었지만 지신이 소작인의 아들이라서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런 일이 며칠을 계속해서 일어났다. 점순이는 내가 숲에서 내려오는 시간만 골라서 나의 닭을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날 점순이가 나의 닭을 너무 괴롭혀서 거의 반죽음이 되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점순이의 닭을 발로 걷어 차 버렸는데 그만 닭이 죽어버렸다. 나는 점순이가 내가 닭을 죽인 걸 이를까봐 겁이 났다. 그러나 점순이는 담부터 그러지마! 하고 주의만 주고 이르지 않았다 그러다 어떤 이유로 동백꽃 위로 떨어졌는데 (둘이 함께)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책이 끝났다. 내가 허무한 결말이라고 한건 이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점순이의 표현방식이 좀 더 좋았다면 끝이 더 좋았을 테고 괜히 점순이의 닭도 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점순이가 나의 닭을 괴롭히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남을 괴롭히고 남의 가족 소유물로 표현하는 건 나쁜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인 ‘나’가 닭을 죽일 땐 좀 놀랐다. 그냥 화만 내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행동을, 그것도 죽이다니.(닭을).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점순이와 나의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걸 나타내는 것 같은데 이걸 쓰면서 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느낀 점은 표현을 할 때는 당사자가 알아 들을 수 있게 말하자 이다. 그거 외에는 단순히 재미있으라고 쓴 소설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뭐 그거면 되지만)
점순이의 성격은 뭔가 소심하게 감정표현을 하면서도 대범하다. 그리고 나에게는 점순이가 너무 세서(감정표현이) 순진한 주인공 ‘나’에게는 좀 어렵고 힘든 상대 인 것 같다. 나는 이걸 보면서 우아한 거짓말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아한 거짓말처럼 학교 따돌림을 주제로 하고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바로 주인공이 자살 한다던가 그런 건 없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처음 천지(우아한 거짓말의 주인공)가 자살 했을 때 책이 오타 났나? 하고 생각했다. 우아한 거짓말과 크게 닮은 건 없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점순이가 감정표현을 왜곡해서 한다든가, 닭을 죽인다거나... 물론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칭찬을 기본으로 두고 악담을 한다. 예를 들면, ‘쟤 바느질 잘하는데 이상하다’ 이런 식으로 표현을 왜곡한다. 물론 동백꽃에는 이런 나쁜 의도가 아니니까 상관은 없다. 이 책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나는 과연 점순이의 마음을 알았을까? 사귀는 걸 점순이의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왜 제목은 동백꽃일까? 나와 점순이가 동백꽃 속으로 빠져서? 이런 거라면 소재가 약간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가 만일 점순이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였다면 어떨까? 완전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어쨌든 점순이가 감정표현을 그런 식으로만 하지 않았다면 닭은 죽지 않았을 거다. 아무리 속상해도 그렇지 상대방을 깔보는 감정표현을 하다니 말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내용은 좋았다. 다만 이 책이 단편소설로 나오지 않고 진짜 평균적인 (150page 정도)소설로 자세히 나왔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좀 아쉽고 그것 외에는 좋았다.